시선제 도입 10년… 정성혜 시선제노조 위원장 인터뷰
“많은 것 이뤄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직도 달성 못 해”
시간 선택권 없고, 직장에선 ‘0.5’ 취급… 여전한 차별 존재
“정부도 문제 인식 2020년부턴 시선제 공무원 채용 중단”
“해법은 시선제 전환 공무원과의 통합… 정부 결단 기대”

정성혜 전국시간선택제채용공무원노조 위원장. 시선제노조 제공
정성혜 전국시간선택제채용공무원노조 위원장. 시선제노조 제공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것은 못 이뤘네요.”

전국시간선택제공무원노동조합(시선제노조) 정성혜 위원장(한국노총 공무원연맹 부위원장)의 얘기이다.

시선제노조에게 2023년 12월은 뜻 깊은 달이다.

만 10년 전인 2013년 12월 16일 공무원임용령에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임용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아 정성혜 시선제노조 위원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당시에는 일과 삶의 조화라는 이상적인 목표에 따라 도입된 이 제도가 10년 뒤 공직사회 차별의 상징이 될지 생각이나 했겠어요.”

정 위원장은 “제도 도입자는 물론 초기 시선제 공무원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시선제 공무원들은 주 20시간 근무로는 생계를 꾸리기도 쉽지 않았다.

“‘투잡’이라도 뛸라치면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제약도 많았어요. 공무원의 품위유지가 족쇄가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시선제 공무원’이라는 낙인이었습니다.”

직장에서는 일 이전에 사람인데 시선제 공무원은 0.5라는 소수점으로 표기됐고, 승진 등 곳곳에서 거대한 장벽과 마주해야 했다는 고 정 위원장은 털어놓았다.

“연금도 안 되고, 애를 키우는 데 필요한 단축근무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에서 시작한 싸움이었어요.”

모여야 했다. 그래서 정보도 교환하고, 문제를 알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시간선택제본부였고, 이것이 2021년 시선제노조로 전환됐다.

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7000여 명을 넘나들던 시선제 채용 공무원도 4000여 명 안팎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생활고 등으로 한 둘씩 일터를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문제를 인식하고 시선제본부 선전부장으로 시작한 정 위원장은 노조가 출범한 뒤인 2021년 12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시선제 노조를 이끌고 있다.

인사혁신처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국회의원실과 언론사 등의 문을 두드리며, 시선제 채용 공무원 문제를 알리는 일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정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움직이면서 지난 10년간 시선제공무원제도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모성보호시간 단축 근무’나 ‘대체휴무’, ‘근무시간 변경 전 사전 통보제’도 도입됐다. 근로시간도 20시간에서 15~35시간으로 늘어났다.

시간서택제 채용 공무원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개최한 워크숍이 끝난 뒤 시선제 공무원과 노조 집행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선제노조 제공
시간서택제 채용 공무원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개최한 워크숍이 끝난 뒤 시선제 공무원과 노조 집행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선제노조 제공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는 게 시선제 채용 공무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꼭 필요한 것은 못 이뤘다”는 정 위원장의 표현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선제 채용 공무원제도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부도 지방공무원은 2018년, 국가공무원은 2020년부터 시선제 공무원 채용을 중단했어요. 그런데 이미 뽑아놓은 시선제 공무원에 대한 대책은 땜질식 처방뿐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선제 채용 공무원 근무시간을 15~35시간으로 늘렸지만, 정부의 한 소속기관 시선제 공무원은 올여름 35시간 근무를 하다가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면서 생계가 위협받는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시선제노조는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아 시선제 공무원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참석자는 시선제 채용 공무원과 노조 집행부 등 60여 명이 모였다.

같은 처지의 동료가 모인 만큼 분위기는 좋았지만, 해법과 관련해서는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성혜 위원장에게 시선제 공무원들의 최대 현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 신청권 확보와 주 15~35시간인 근무시간을 15~40시간으로 늘리는 것, 그리고 정원 1 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칭이 시간선택제 공무원인데 우리 스스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현재 이 근무시간 신청권은 이해식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처리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현안 하나하나를 풀려면 법을 모두 고쳐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대두한 게 다름 아닌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과의 통합이다.

“이미 채용이 중단된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제도를 폐지하고, 일반 공무원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이른바 시간선택제 전환 공무원과 통합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근무시간도 15~40시간으로 구간을 확대하면 됩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물론 정부는 제도 폐지는 물론 시선제 전환 공무원과의 통합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선제노조는 내년도 목표를 △정부의 일방적인 근무시간 강제 변경 법령 개정 △시간선택제 전환 공무원과의 통합 △15~40시간으로 주당 근무시간범위 변경 △시선제 특수직무수당 10년 초과 시 10% 지급 기준 마련 등으로 잡았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지금껏 이룬 것들도 처음부터 쉬워서 얻어낸 것은 아니잖아요. 내년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동원해 목표를 이뤄가겠습니다.” 정성혜 시선제노조 위원장의 새해 당찬 다짐이다.

※ ‘이공사이’는 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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