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공직생활 29일 마무리… 가족과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
“공무원은 36년 지방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뒤 이은 가업”
“새벽 5시에 퇴근한 직원 불러내도 군말 없었던 후배 못 잊어”
“정부청사본부장 근무는 인디안 섬머처럼 따뜻했던 시기”
‘소곤소곤’에 “수고했습니다” 글 오르자 직원들 댓글·조회 폭주

최훈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이 지난 29일 명예퇴직으로 31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사진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으로 있던 지난 6월 언론 브리핑을 하는 모습.  행안부 제공
최훈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이 지난 29일 명예퇴직으로 31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사진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으로 있던 지난 6월 언론 브리핑을 하는 모습. 행안부 제공

“최강훈남 본부장님~ 건강하세요. 직원으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분 없었습니다. 직원 한 명 한 명 이름 불러주시고, 기억해주시고, 이야기 끝까지 경청해주시고~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최훈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장이 29일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명예퇴직했다.

모처럼 행안부 직원들 소통방 ‘소곤소곤’이 아쉬움과 감사 등 덕담으로 훈훈해졌다.

최 본부장은 행안부 내에서 몇 안 되는 형님 리더십의 간부였다.

그는 1993년 행시 36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맏형 스타일인데다 같은 기수보다 나이가 있어 동기들도  ‘훈이형’으로 불렀다.

자연스럽게 그의 애칭은 ’후니’가 되었고, 때론 최강훈남으로도 불렸다.

매사 성실해 지방자치분권실장으로 있다가 기수파괴 인사로 아래 기수 고기동 차관이 임명되자 외곽 청사관리본부장으로 옮겼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업무에 임했다.

동료 간부들조차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열심히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는 행안부와 전북도에 근무할 때에도 소리지르거나 명령조의 지시 없이도 온화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잘 이끌어 따르는 이가 많았다.

소곤소곤에 ‘후니바라기’라는 직원이 ‘당신은 따뜻한 선배, 멋진 리더였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하자 댓글이 줄을 잇고, 조회 수는 수천 회에 달했다.

최 본부장은 행안부 본부와는 별개로 청사관리본부 게시판에도 퇴임 인사의 글을 올렸다.

지난 29일 명예퇴직을 한 최훈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안부 제공
지난 29일 명예퇴직을 한 최훈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안부 제공

그는 36년 동안 지방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아버지가 부러워했던 행안부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다는 대의명분이 항상 자신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31년의 공직생활 동안 지자체에서 보낸 7년을 제외한 24년을 행안부에서 근무했다.

최 본부장은 "새벽 5시에 퇴근해서 겨우 잠들었을 직원을 깨워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서 일했던… 그랬는데도 항상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던 그 직원을 잊지 않을 것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 직원에게는 청사관리본부에서 근무한 지난 4개월을 늦가을에서 추운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잠깐 1주일 정도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 ‘인디언 섬머’로 비유하며 “공직생활 중 따뜻한 시기였다”면서 짧은 기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직원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극과극이라는 닉네임의 직원은 “보내드리기 너무 아쉽습니다. 공연에도 앵콜이 있는데 공직에는 없나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다른 직원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리더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역대급 본부장님이었다”며 다른 간부님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최 본부장은 “ 선배로서 ‘지금 잘하고 있어 좀 힘들어도 이렇게 해나가면 더 좋은 날이 올거야’ 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드라마 OST인 ‘어른’의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거라고… 따뜻한 햇살이 내릴까… 별은 영원히 빛나고…"라는 노래 가사를 소개했다.

그는 세종시 나성동 집에 머물 것이라며 “저녁에 소주 한잔하다가 옆자리에서 마주치면 서로 환하게 웃는 선배로, 젊은 후배들에게는 키다리 아저씨로 남고 싶다”며 이임사를 마무리 지었다.

※ ‘이공사이’는 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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