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9일 국무회의에서 “정책 홍보도 혁신 필요”
“좋은 정책 만드는 것은 끝 아닌 시작” 충TV 예로 들어
2019년 유튜브 시작 5년 만에 구독자 53만 8000명 돌파
다른 지자체도 벤치마킹 나섰지만, 충TV를 따를 수 없어
중요한 건 여건 만들어 주고 상응하는 파격 보상 필요

충TV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충TV 화면 캡처
충TV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충TV 화면 캡처

지방공무원 6급 ‘홍보맨’ 김선태(36) 때문에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께서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 정책은 없는 것과 다름없어요.”

윤 대통령이 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이를 제대로 알려 국민이 체감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이 적극적인 홍보 마인드와 기법을 발휘하라는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충주시 홍보 유튜브 채널인 ‘충TV’를 예로 들었다.

“충주시 홍보를 맡은 젊은 주무관은 충TV라는 유튜브를 만들어 참신하고 재미있게 정책홍보를 해서, 구독자가 충주 인구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해요. 이런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정보를 어디로 어떻게 전해야 국민들께 확실히 전달될지,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좋은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충TV가 시작된 것은 2019년 4월이다. 당시 8급이던 김선태 주무관이 페이스북에서 끼를 발휘하자 조길형 충주 시장이 “유튜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충TV를 보면 조 시장이 김 주무관에게 “유튜브 해 유튜브”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충TV가 구독자 55만 8000명으로, 서울시는 물론 전국 최고의 채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다.

하지만, 출범 만 5년이 채 안 된 지금 충TV는 충주시는 물론 공직사회와 사회 현안도 터치하는 멀티 콘텐츠 방송으로 성장했다.

장관들도 한번은 충TV에 출연하려고 줄을 대곤 한다.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걸면 조회 수 몇십만은 금세 넘기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충TV를 운영하는 ‘홍보맨’ 김선태와 충TV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김 주무관은 충TV의 상징이 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날 지적은 충TV 같은 유튜브를 만들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사고를 강조한 의미로 읽힌다.

충TV의 성공 이후 이를 벤치마킹한 지자체나 부처 유튜브가 많이 생겼지만, 충TV를 뛰어넘는 것은 고사하고, 그 발밑에도 가지 못했다.

여기에는 김선태라는 개인의 캐릭터도 작용했다.

기발한 상황설정과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질문 등 그의 끼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충TV가 없었을 수도 있다.

거꾸로 충TV가 없었다면 과연 개인 김선태가 유튜브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에 따라 아마 몇몇 부처나 공공기관은 뒤늦게 유튜브 스타 발굴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필요한 것은 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울러 성과에는 이에 상응하는 파격적인 인사 등의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톡톡 튀는 요즘 MZ세대의 아이디어가 부처나 기관의 홍보나 정책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TV를 운영하는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은 지난달 27일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10월 9급으로 입직한 지 7년여 만에 팀장 보직을 받을 수 있는 6급으로 특별 승진했다.

9급에서 6급을 달려면 통상 15년쯤 걸리는 데 이를 7년 만에 해치우는 월반을 한 것이다.

당시 김 주무관은 승진과 관련, “구독자분들을 비롯해 항상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한편으로는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많은 직원분에게 송구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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